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김형석 재단법인 대한민국역사와미래 이사장을 새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했다. 김 관장은 광복회가 ‘뉴라이트’ 계열이라고 지목한 당사자다. 국가보훈부는 “신임 관장은 독립운동이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인물이고 뉴라이트 계열 인사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그간 그가 보여준 역사관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독립기념관장으로서 적임자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 관장이 뉴라이트 계열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논점은 그의 편향적 역사 인식이 국민 정서에 부합하느냐다. 2022년 출간한 ‘끝나야 할 역사전쟁 건국과 친일 논쟁에 관한 오해와 진실’에서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대해 "친일 행위자의 역사적 공과를 따지지 않고 친일 행위와 반민족 행위를 동일시하는 우를 범했다"고 적시했고 지난해 한 역사학 세미나에선 제주 4·3사건에 대한 역사학계 해석에 대해 “남로당의 5·10 선거 방해 책동에서 비롯된 폭동을 희석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독립기념관장 후보자 면접에서 “일제강점기는 나라가 없었기 때문에 당시 우리 국민은 일본 국적이었다”는 논리를 개진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식민 지배 정당화 논란을 담대하게 자초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비난받든 비호받든 역사 인식은 사유물이고 백번 양보해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도 극일 운동과 민족 자존심의 상징인 독립기념관 관장이 되겠다는 사람 입에서 나온 견해라고 하기엔 놀라울 따름이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긴급 기자회견에서 임명 제청된 3인을 두고 “황국신민이었다는 자, 일제의 국권 침탈에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자, 일제 식민 지배가 우리 근대화에 도움을 줬다고 망언을 하는 자를 독립기념관장 후보자로 추천한 결정은 반역사적이고 반헌법적이며 불법적인 언어도단의 행태로서 법과 국민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리고 그중 1순위 후보자가 독립기념관장으로 기용됐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독립기념관을 외침을 극복하고 민족의 자주와 독립을 지켜 온 우리 민족의 국난극복사와 국가 발전사를 연구함으로써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민의 투철한 민족정신을 북돋우며 올바른 국가관을 정립하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겨레의 전당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아마도 국민 감수성 또한 사전적 정의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독립기념관은 심리적 매무새를 다듬게 하는 그런 곳이다.
보훈부는 광복회의 이의제기에 “절차상으로 문제없다”고 했다. 후보자의 독립운동 역사관과 전문성, 개혁성, 경영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결정했다니 김 관장 스스로 적격자임을 증명해야 한다. 하루아침에 역사관이 바뀌지는 않을 테고 독립운동의 성지에 있다는 자리의 무게만큼은 잊지 않길 바란다. 보는 눈이 생각보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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