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사퇴·尹 결자해지 촉구
충청정가 “역사반란” 규정
역사학계 “임명철회” 요구
선 넘은 역사인식 강력비판

▲ 항일혁명가기념단체연합이 13일 광화문광장에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속보>=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사퇴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어느 곳에서도 김 관장에 대한 기대감이 읽히지 않는다. 국민 판단은 이미 그가 성금으로 건립한 독립기념관 수장으론 부적격하다는 쪽으로 결집했다. 이제 그를 임명한 윤석열 대통령이 결자해지할 차례다. <본보 8월 13일자 3면 등 보도>

광복절을 기념해 온 지 올해로 꼭 79년이다. 기쁘고 후련한 날이지만 올해는 해방 이후 가장 슬픈 광복 전야를 앞두고 있다. 자신은 부인하나 누구나 확신하는 뉴라이트 역사관 의혹이 짙은 김 관장이 독립기념관장이라는 사실을 국민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어서다. 광복절을 이틀 앞둔 13일에도 김 관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여론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적어도 독립기념관이라는 민족의 성지를 품에 안고 있는 충청권에선 김 관장에 대한 거부감, 부적격한 인사를 덜컥 임명해버린 윤 대통령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고스란히 밖으로 표출되고 있다.

13일 광복회 회원들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사퇴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광복회 회원들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사퇴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장 대전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현직 지역 단체장과 시·구의원들이 이 사안을 놓고 역사 반란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이들은 13일 대전시의회 로비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이 김 관장 임명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전면적 국민 저항에 부딪혀 몰락의 길에서 불행한 말로를 맞게 될 것”이라며 “윤석열정권이 한국학중앙연구원장과 국사편찬위원장, 독립기념관장 등을 친일 뉴라이트 인사로 채우는 건 우리 역사를 근본부터 부정하고 친일사관으로 물들이려는 밀정들이 정권 핵심부에 암약하고 있다는 증표”라고 비판했다. 충남에선 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이 단일대오를 형성했다.

민주당 충남도의원들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독립기념관장 역할은 일제강점기 숭고한 독립운동가 정신을 짓밟고 친일파 행적을 세탁해주는 자리가 아니”라며 “정부와 국가보훈부는 부적격 인사를 임명한 사유에 대해 소상히 밝히고 임명을 철회하라”고 말했다.

13일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과 독립운동가 단체 후손들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형석 독립기념관 관장 임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과 독립운동가 단체 후손들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형석 독립기념관 관장 임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참고 참았던 역사학계에서도 결국 들고 일어났다. 역사학회와 한국근현대사학회를 비롯한 국내 역사학 관련 학회와 단체 48곳이 공동 성명을 내고 임명 철회 요구에 동참하면서다. 역사학계는 성명을 통해 “김 관장은 대한민국 헌법 정신을 거슬러 1948년 건국을 강조함으로써 1945년 광복주체의 의미를 퇴색시킨,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편향적 사고에 매몰된 인사”라며 “윤석열정부가 일본 정부와 가해 기업의 사죄 없는 강제동원 배상안을 강행한 것, 육군사관학교에 건립돼 있던 홍범도 장군 흉상을 이전하려고 한 것, 한국인이 강제 동원돼 고통받았던 일본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일본 뜻대로 합의해준 것, 김 관장을 임명한 것 등 반역사적 흐름의 정점에 있다”고 꼬집으며 김 관장에 대한 임명 철회 필요성을 지적했다.

그러나 국민 대다수의 인식과 달리 유일하게 김 관장을 엄호하는 이들이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다. 그간 김 관장 임명 후 조용히 상황을 관망하던 국힘은 뒤늦게 입장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날 관훈클럽토론회에 나온 추경호 원내대표는 ‘당내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인선에 대한 이견이나 우려가 있냐’는 질문에 “결론적으로 그런 우려가 크지 않다”고 답했고,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라디오에 출연해 “김 관장 기자회견 내용을 보니까 충분하고 자세한 입장 표명은 했으며, 독립기념관장으로서도 충분한 능력은 갖췄다고 판단한다”고 발언하는 등 국민과 괴리된 현실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때문에 집권여당에 대한 각성 요구도 커지는 분위기다. 여당이 대통령 엄호에 나서는 건 당연할 수도 있지만 역사문제만큼은 단호하고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여당이 대통령을 엄호할 수 있지만 김 관장을 둘러싼 여러 논란은 역사의 문제이자 우리 독립운동사의 문제인 만큼 할 말은 해야 한다”며 “지금 새 관장 임명 일주일 만에 상황이 이렇게 된 건 결국 김 관장이 독립운동사 연구를 통해 국민통합을 이루라는 독립기념관 미션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걸 증명한 것이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하루빨리 결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13일 대전 지역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현직 단체장 및 시·구 의원들이 대전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대전 지역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현직 단체장 및 시·구 의원들이 대전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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