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전 잃은 상인들 '울음같은 한숨'

9일 오전 3시 50분께 대전 중앙시장에서 불이 나, 빨간 불길이 치솟고 있다.

 

“냉장고 한쪽이 타버렸네. 어떡해, 어떡해”. 9일 오전 화마가 휩쓸고 간 대전 동구 중앙시장 화재 현장에서 한 여성이 안타까움을 쏟아냈다. 검게 타버린 상점에 손전등을 비추며 발을 동동 구르는 여성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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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새벽 대전 동구의 중앙시장에서는 불길이 치솟았다. 1443개의 점포가 밀집해 있어 자칫 큰 화재까지 우려됐던 불은 시민의 신고정신과 신속한 소방의 대처로 2시간 만에 진화됐다. 그러나 13개 점포는 이날 화재로 불에 타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잿더미로 변한 점포 안에는 타버린 가구들과 불길에 녹아 휘어진 출입문이 흉측스럽게 널부러져 있었다. 

콜라텍, 생선가게 등 인근 건물은 온통 새까맣게 변했다. 화재현장 주변에 둘러쳐진 폴리스 선 밖에서는 갑작스런 화재로 일터가 사라진 이들의 걱정과 한탄이 흘러나왔다. 이들은 인명피해가 없는 점에 대해서는 다행스러워하면서도 당장 내일을 살아갈 생계 걱정에 한 숨을 지었다. 이 모(60) 씨도 그중 한 명이다. ‘자고 있다 연락을 받고 달려왔다’는 이 씨는 점포 안에 냉장고가 수 대 있었는데 화재로 인한 피해가 어마어마했다”며 “재래시장은 오래된 건물이라 보험액수도 적다. 보험도 제대로 들지 못했다”고 아픈 심경을 토로했다.

화재 피해를 입은 시민들은 생계를 걱정했다. 40대 남성 A 씨는 “시장 안에 점포를 두 개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사고 점포는 보험을 들지 않았다. 피해가 크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답답해했다. 안타까운 마음은 인근상인도 마찬가지였다.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화재는 언제 자신에게 닥칠지 모르는 불안한 재난이기 때문이다. 화재 피해점포 바로 옆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박 모(56) 씨는 “전통시장은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화재로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옆 상인들이 피해를 입어 착찹하다”고 말했다.

피해상인 중 상당수는 보험에 들지 못한 경우가 적잖았다. 한 피해상인은 “지자체에서 임시 가설점포라도 설치해 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중앙시장 화재의 정확한 화재원인이 나오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가뜩이나 힘겨운 여름을 보내온 피해 상인들의 주름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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