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20·22번 버스 ①
한 그루 한 그루 임창봉 선생의 숨결

장태산 휴양림 다녀왔습니다.
시그니처 계절은 가을이지만
초록절정 요즘도 눈부십니다.
메타세쿼이아 그늘 산림욕장에서
그냥 쉬기만 해도 좋습니다.
출렁다리와 숲속어드벤처에서
공중을 걷는 재미도 쏠쏠하지요.
천천히 걸어서 전망대 올라
장안저수지 바람 품어도 보고
형제바위 가서 짜릿한 초록샤워.
진취적인 뷰가 기다립니다.
저수지 절벽 위 팔마정도 좋고요,
요즘 핫한 출렁다리 위 포토존은
오월에도 걸작품을 선물합니다.

그런데 혹시 임창봉 선생을 아시나요?
‘장태산휴양림의 아버지’ 임창봉
‘여생을 나무를 심고 가꾸며 진실하고 정직하게 자연의 섭리를 배우며 살아가겠다. 이는 살아오는 동안 세상의 거짓과 가면 쓴 생활을 미워했기 때문이며 흙과 나무는 속이거나 기만하지 않음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임창봉, ‘나의 신조’)
장태산휴양림은 초입부터 압도적이다. 입구 지나면 바로 왼편의 흉상을 만난다. ‘장태산휴양림의 아버지’ 송파 故 임창봉 선생(1922~2002, 前 장태산휴양림 대표)이다. ‘나의 신조’는 선생이 1972년 산에 들어오면서 쓴 것으로 1973년 봄 자녀에게 준 글로 알려져있다.
흉상을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 앞쪽만 보고 지나간다. 나도 그랬다. 뒤편도 보시라, 뒤편에 ‘나의 신조’가 쓰여있다. 선생은 1972년부터 사재 200억 원으로 나무를 심고 가꾸는 데 평생을 바친 독림가였다. 충청권 최대 재력가 중 한 명이었던 선생은 건설이나 유통 등 돈벌이를 거부하고 휴양림 터를 사들여 메타세쿼이아 등 나무 20만 그루를 심고 가꿨다.
“전 재산을 나무 심는 데 쓰겠다. 너희는 너희 힘으로 살아라.” 그는 자식들에게 그렇게 선포한 뒤 산으로 들어와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장태산휴양림의 전신인 ‘통일농원’이었다. 20여 년 정성들여 가꾼 숲. 마침내 1991년 5월 국내 최초 민간 자연휴양림 장태산자연휴양림이 문을 열었다.
역경이 찾아왔다. IMF 여파로 2000년 11월 자금난에 부딪히며 휴양림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2002년 경매에 넘어가자 우여곡절 끝에 대전시가 인수하게 된다. 그해 6월 21일 장태산휴양림을 떠나는 임창봉 선생.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전시가 경매에 부쳐진 휴양림을 인수한 뒤 6월 21일자로 낙찰대금 39억 7800만 원을 법원에 내겠다고 밝히면서 비워줄 것을 통보했기 때문. 사재 200억 원을 털어 휴양림을 조성해온 임 선생은 결국 독림가 인생 30년 만에 빈털터리가 된다. 휴양림을 조성하고 관리하면서 진 빚 20억 원만 떠안았다. (2002년 6월 20일 동아일보, 장태산 떠나는 임창봉 옹 “나무와 30년… 너무 행복했죠”)

“죽을 때까지 너희들과 함께 하고 싶었는데…. 새로운 주인이 온다 해도 건강하게 잘 자라고 시민들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돼라.” 선생은 그 말을 남기고 떠났다. 그렇게 평생의 터전을 내준 선생은 몇 달 뒤 81세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대전시가 인수한 장태산휴양림은 리모델링 등을 거쳐 2006년 4월 25일 재개장했다. 이후 숲속어드벤처가 들어서고 출렁다리가 생기고, 지금에 이르러 전국구 인기를 얻는 명소가 됐다. ‘세상의 거짓과 위선이 미웠다, 산에 들어오니 마음이 정말 편했다’ 했던 임창봉 선생. 임 선생의 숨결은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마다 남아 지금 수많은 사람들의 휴식이 되고 치유가 되고 있다.

산림욕장에서 休~
임창봉 선생의 정신을 기리는 기념일을 지정하거나 소박한 행사를 통해 그를 기억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울창한 메타세쿼이아 산림욕장으로 간다. 치유와 휴식의 그늘 속으로 스며든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앉아만 있어도, 누워만 있어도 힐링샤워다. 누워서 위를 쳐다보면 서있거나 앉아있을 때 보지 못하는 프레임을 마주한다. 메타세쿼이아 그늘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시라, 나무를 부둥켜 안고 나무와 대화를 나눠 보시라, 맨발로 나무 사이를 걸어 보시라. 시름이 날아가 심신이 가벼워지고 마음의 평화를 찾을지니.
국민 포토존
장태산휴양림은 사계절 매력적인 곳이지만 늦가을 끝판왕 명성이 가장 높다. 원체 늦가을 명소였는데 몇 해 전부터 SNS를 통해 소문난 포토존이 이름을 더 알렸다. 출렁다리 위쪽 장태산둘레길 조망쉼터. ‘국민 포토존’이라 불리는 곳이다.

장태산둘레산길 안내도 앞에서 출발한다. 왼쪽 공중엔 출렁다리가 있다. 둘레산길 방향으로 길을 잡고 나무계단을 오른다. 오르다 보면 갈래길이 나오는데 왼쪽으로 가면 출렁다리고 오른쪽은 둘레산길 코스다. 둘레산길 코스 방향으로 넉넉잡아 10분쯤 오르면 확 트인 조망쉼터가 맞이한다. 휴양림 전체가 눈에 들어온다. 메타세쿼이아 사이로 놓인 출렁다리와 스카이타워가 발 아래에 있다. 왼쪽으로 시선을 두면 전망대 장태루 앞의 통신철탑과 형제바위 전망대도 보인다. 초록 숲은 감탄사를 부른다. 늦가을 뺨 치는 오월의 풍광이다. ‘이국적’이란 표현이 마침맞다. 출렁다리와 숲속어드벤처를 오가는, 행복한 표정의 사람들 모습도 흥미롭다. 행복해 보여 좋다.


공중을 걷다
바로 아래 출렁다리로 향한다. 140m로 짧지만 메타세쿼이아와 눈 맞추며 걷는 매력, 아래를 내려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장태산휴양림 명물로 소문 자자한 숲속 어드벤처(스카이웨이, 스카이타워) 걷는 재미를 더한다. 공중을 걷는 기분, 스카이웨이의 시작이다. 15m 높이의 스카이웨이로 진입하면 공간이동을 한 듯한 착각이 든다. 초록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하늘길’이다. 길이 196m 하늘길 끝엔 27m 높이 전망대 스카이타워가 기다린다. 빙글빙글 네 바퀴를 돌아 오르면 스카이타워의 깨끗한 바람이 마중 나온다.
전망대 가는 길
가파르진 않지만 이어지는 오르막에 숨소리가 거칠다. 숨소리는 거칠어도 발걸음은 가볍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올라가면 금세 전망대의 장태루가 나오기 때문이다. 장태루 가기 전 장안저수지가 시원하게 보이는 조망터가 먼저 맞이한다. 이곳은 지난 2019년 8월 휴가차 장태산휴양림에 들른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가 남긴 사진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 벤치에 앉아 물 한 모금 마신다.

마지막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면 장태루를 만난다. 장안저수지 방향 바라보며 숨소리를 진정시킨다. 멀리 대전 도심도 살짝 보인다. 도룡동 키 큰 호텔 건물이 우뚝 솟아 시선에 들어온다. 바로 아래 저수지 근처에 소박한 출렁다리가 보인다. 그 위쪽에 정자 하나가 운치있게 자리하고 있다. 팔마정이다. 형제바위 들렀다가 갈 계획이다. 장안저수지 한쪽 옆은 공사 중이다. 이름하여 ‘장태산 물빛거닐길 조성사업’. 장안저수지에 전망덱(deck·데크)과 수상데크길 등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7월 완공.


형제바위
장태루를 뒤로하고 형제바위로 향한다. 반가운 내리막을 후두둑 내려가면 금세 형제바위전망대에 다다른다. 형제바위는 마치 두 형제처럼 바위가 사이좋게 서 있어서 형제바위라 부른다. 장태산휴양림을 내려다 보며 오늘 지나온 흔적의 경로를 짚어본다. 출렁다리 위의 조망쉼터부터 출렁다리, 스카이타워, 메타세쿼이아 숲까지. 바위 사이에 올라서면 살짝 아찔하다. 그만큼 짜릿한 뷰를 보여준다. 장난이나 무모한 사진찍기는 금물이다. 이곳도 출렁다리 위 국민포토존처럼 바위 아래 안전망을 설치하면 더 좋겠다.

팔마정
전망대에서 봤던 소박한 출렁다리와 팔마정으로 간다. 형제봉에서 가파른 내리막을 지나 출렁다리를 건너면 금세 팔마정이다. 장안저수지 일대가 물에 잠기기 전에 팔마마을이라 불렀다고. 八馬. 여덟 마리의 말이 물을 마시고 있는 형상에서 유래했다. 이 자리엔 90년대에 설치된 정자가 있었으나 안전문제로 2006년에 철거했다가 2011년 주민들 건의로 새로 세웠다고 한다. 아래쪽 내려가는 길이 막혀있었는데 나무계단 신설 작업 중이다. 물빛거닐길과 연계한 공사로 보인다. 챙겨온 간식 즐기고 시원한 풍광을 만끽한다. 내려갈 채비를 한다. 버스가 언제 오려나….


20번과 22번 버스
장태산자연휴양림 가는 시내버스는 두 대다. 20번과 22번. 20번은 대전역과 장안동(장태산종점)을 오가고, 22번은 서남부터미널과 장안동(장안동종점)을 오간다. 버스 앱만 잘 살피면 다른 초록버스에 비해 길지않게 기다려 탈 수 있다. 가수원동 지나면 30분도 안돼 도착한다. 한두 정류장 먼저 내려서 장안저수지 보며 걷는 것도 좋다. 물빛거닐길이 완공되면 한두 정류장 앞에서 내리고 타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개인적으론 흑석동까지 걸어가서(4.5㎞) 타슈 타고 갑천 따라 노루벌·상보안 들렀다 가는 여정도 좋아한다. 갑천누리길도 사계절 매력이 터진다.
팔마정에서 내려와 장안저수지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팔마정을 올려다본다. 팔마정 위쪽에 또다른 전망대가 보인다. 저곳은 어떻게 가는 걸까, 장태산둘레길 6코스 쟁기봉안평산길을 타면 저 전망대에 갈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에는 쟁기봉안평산길도 도전해봐야겠다. 팔마정 지나 안평산(471m), 조중봉(333m), 명막산(331m), 해철이산(266m), 쟁기봉 넘어 복수동까지 가는 15㎞ 장거리코스다. 또 장안동에서 금산 진산으로 넘어가는 장안-진산성지순례길도 가봐야겠다.
글·사진=차철호 기자 ich@kakao.com
대전 초록버스 여행
EP1. 노루벌길엔 ○○이 있다 (with 25번)
EP2. 두메마을과 찬샘마을 (with 71번)
EP3. 대전별서에서 하룻밤 (with 52번)
EP4. 원정동 두계천길 걷기 (with 23번)
EP5. 대청호 추동 가는 이유 (with 60번)
EP6. 산디마을에서 계족산 (with 74번)
EP7. 대청호, 벚꽃의 기억 (with 63번)
EP8. 방동 윤슬거리의 멋 (with 41번)
EP9. 대청호반 비밀의 숲 (with 72번)
EP10. 장태산의 5월 (with 20, 22번)

♣
관련기사
- [대전 초록버스 여행] EP9. 비밀의 숲 초록휴식
- [대전 초록버스 여행] EP8. 꽃다운 동네 방동에 음악분수가 피었습니다
- [대전 초록버스 여행] EP7. 봄, 대청호, 벚꽃의 기억
- [대전 초록버스 여행] EP6. 닿지않는 그리움의 거리, 계족산과 대청호의 서사
- [대전 초록버스 여행] EP5. 요즘 대청호 추동은 디지털실감영상 이슈
- [대전 초록버스 여행] EP4. 영화 클래식 촬영지 그곳엔 수달이 산다
- [대전 초록버스 여행] EP3. 대전별서에서 하룻밤, 그리고 오도산·보문산
- [대전 초록버스 여행] EP2. 두메마을과 찬샘마을
- [대전 초록버스 여행] EP1. 노루벌길엔 ○○가 있다
- [대전 초록버스 여행] EP11. 수락계곡과 대둔산
- [대전 초록버스 여행] EP14. 버스 내려 숲길 15분 … 이현동에서 계족산 황톳길 가는 길 (with 71번)
- [대전 초록버스 여행] 추석연휴 시내버스 타고 완벽한 소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