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오백리길 1구간 핫플 (with 72번)

72번 버스 타고 간다
로하스캠핑장 정류장 내려
비밀의 숲에서 무작정 휴식
지명산, 산책 같은 산행
물과 뭍 경계에 서면
일렁일렁 낭만이 춤춘다
보조여수로 건너 이촌·강촌
이곳도 봄의 교향악
초록이 마을에 퍼지고
석양이 호수에 번지면
일렁일렁 춤추는 청춘
대청호오백리길 1구간은 대청댐에서 시작한다. 물문화관 뒤편 들머리에서 20여 분 걸으면 대청호 숲이 주는 선물 같은 쉼터를 만난다. 호수가 시원스럽게 열린 전망좋은 터에 듬직한 나무 한 그루 서있고 그 아래 벤치가 있다. 벤치 위로 바람이 불면 대청호가 일렁인다. 호수가 일렁이면 숲이 말을 건다. ‘비밀의 숲’이라 부르는 근사한 길의 시작이다. 이번 여정의 시작은 비밀의 숲이다. (세종) 달전리와 대청댐을 오가는 72번 타고 간다. 종점인 대청댐에 내려 길을 시작해도 되지만, 오늘은 로하스캠핑장 정류장에서 내려 ①비밀의 숲으로 바로 간다. 초록 숲에서 한량처럼 거닐다가 대청호오백리길 1구간 경로를 따라간다. ②지락산이라고도 불리는 지명산(158m) 살짝 올랐다가 내려온다. ③정자 2개, 지락정과 대청정을 거치며 물과 뭍의 경계에서 바다 같은 일렁임을 본다. ④보조여수로 위를 지나 이촌·강촌마을 들렀다가 ⑤금강 로하스 해피로드에서 일정을 마무리한다. 아, 그 사이 ‘천년의 숲’ 조성 현장도 스쳐 지나간다. 천년의 숲은 8월 완공.

72-1번과 72-2번
버스에 그렇게 표기돼 있진 않다. 두 노선으로 구분하는 이유는 경유지가 살짝 다르기 때문이다. 일단 72번은 많지 않다. 하루 7.5회 왕복한다. 달전리에선 8번 출발(05:40 07:20 09:35 12:20 14:25 17:10 19:30 21:35)하고 대청댐에선 7번 출발(06:30 08:30 10:30 13:15 15:20 18:20 20:35)한다. 72-1은 신탄진역 정류장을 경유하고 72-2는 신탄진역을 경유하지 않는다. 따라서 72-2를 타려면 신탄진역 정류장에 서있으면 안 된다.
72-1은 달전리 출발 기준 05:40 07:20 17:10 19:30 21:35이다. 72-2는 09:35 12:20 14:25 3대다. 달전리에서 신탄진까지 25분(72-2 기준) 정도 걸린다. 72번 타고 신탄진에서 대청댐 방향으로 갈 때 헷갈리지 않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무조건 신탄진동행정복지센터 정류장에서 타는 거다. 72-1, 72-2 둘 다 이곳을 지난다.

승차 정류장을 강조하는 것은, 내가 했던 실수를 똑같이 하지 마시란 당부다. 달전리 12:20 출발 차를 신탄진역 맞은편 정류장에서 기다리던 나, 버스를 기다리는데 기분이 쎄해서 확인해보니 여기가 아니었다. 도착 3분 앞두고 부랴부랴 신탄진동행정복지센터 정류장으로 달려갔다. 다행히도 세이프.
15분 뒤 로하스캠핑장 정류장
12시 20분 달전리를 출발한 버스는 12시 45분 신탄진동행복센터에서 나를 태우고 1시쯤 로하스캠핑장 정류장에 섰다. 72번 버스는 그 짧은 시간에 많은 풍경을 보여준다. 금강 물길 따라 가면서 수려한 강변연가를 들려준다. 그러고는 바로 대청호 권역으로 들어가 평화로운 호반풍경 속을 달린다. 그런데 이 버스 참 터프하다. 과속방지턱이 많기 때문일까, 덜컹덜컹 초록버스의 참맛을 체험한다.
버스에서 내리면 비밀의 숲이 멀지 않다. 10분도 안 걸린다.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 비밀의 숲은 올 때마다 교훈을 준다. 낮은 나무울타리 경계로 오른쪽은 호수의 여유를 왼쪽은 숲의 힐링을, 인적 드문 호반길엔 바람의 속삭임만 들린다.



초록바람은 생명을 숨쉬게 하고 몸과 마음을 쉬게 한다. 울타리 앞에 서서 풍경을 눈에 저장한다. 건너편에 보이는 땅, 청남대 속살도 짚어본다. 봉황탑 전망대와 1전망대가 보인다.
벤치에 앉았다. 아무 생각 없다. 그냥 앉아 있다. 오늘 여정의 목적이다. 시간을 놓고 싶었다. 계획의 프레임을 벗어나고 싶었다. 시각시각 시계 안 보면서 그냥 즐기고 싶었다. 우린 얼마나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는가. 계획없이, 경로 만들지 않고 그냥 걷다쉬다 하기로. 업무라 생각하는 순간 내 휴식은 길을 잃는다. 기사 생각은 나중에 하자. 지금은 그냥 즐기자. 완벽한 P(MBTI 유형)의 여정이다.
지명산, 짧은 산행
비밀의 숲을 나와서 풋살장 앞을 지난다.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지금은 운영하지 않는)로하스캠핑장/보조여수로 댐으로 바로 가는 길이고 직진해서 산길을 오르면 지명산 오르는 길이다. 직진한다. 고도가 살짝 높아지자 왼쪽 아래 대청호 물빛의 파랑이 짙어진다. 나뭇가지 사이 뷰도 아량을 베푼다. 건너편 청남대 끝부분을 보여준다.
15분쯤 걸었나, 가파른 나무계단이 나온다. 다행히 길진 않다. 지명산에서 첫번째로 만나는 정자, 지락정 오르는 계단이다. 지락정에 올라 물 한 모금 마시며 휴식. 대청호 건너편 땅 청남대 방향을 바라본다. 초가정 근처의 광장과 임시정부기념관이 눈에 들어온다.
짧은 휴식을 끝내고 곧 만나는 갈림길 이정표. 오른쪽은 대청정/보조여수로 쪽으로 바로 내려가는 자작나무길이고 왼쪽은 우회길이다. 우회길 왼쪽을 택했다. 방향이 바뀌자마자 급한 내리막이다. 조심조심 한 걸음씩 내디딘다. 몇 분 후, 땅끝이 보인다. 호수와 땅의 경계에 선다. 바닷가 같은 바람, 일렁이는 물결, 내 마음도 동한다. 짙푸른 물빛과 가파른 절벽이 어느 섬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물과 뭍의 경계. 여기선 누구나 신선이 된다.


하지만 우회길은 내리막이 급하고 낙엽이 많을 땐 미끄러워서 위험하다. 대청호오백리길 1구간의 정식 구간인 자작나무길을 권한다. 대청정을 먼저 들른 뒤 그 포인트로 안전하게 갈 수도 있다.
12분 더 가면 대청정
다시 길을 밟아 땅끝의 둘레길을 걷는다. 비취색 물빛이 절정이다. 오후 햇살을 받은 대청호는 유혹의 빛을 발산하고 윤슬은 몽환적인 그림을 그린다. 곧 한 정자가 눈에 들어온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자태가 수묵화다. 대청정이다. 대청정은 아주 절묘한 위치에 자리해서 전망도 좋지만 정자 자체가 멋을 풍긴다. 예술작품보다 더 예술 같은 한 그루 소나무도 운치를 더한다. ‘비오는 날 이곳에 앉아서 ‘물멍’ 하면 끝내주겠는 걸.’ 엉뚱한 상상을 하며 대청정을 뒤로하고 나선다. 비오는 날 또 와야지.

지명산 반도길을 돌아 나간다. 보조여수로 앞 정자 미호정이 마중나와 있고 그 아래 보조여수로댐이 자리하고 있다. 안내판 설명에 따르면 보조여수로댐의 목적은 ‘기상이변에 대비한 방류능력 증대로 대청댐 안정성 확보’다. 홍수가 날 정도로 위험할 때 추가방류를 위한 보조댐이라 하니 이 댐은 사용되지 않길 바라며 미호정을 돌아 내려간다. 보조여수로 댐 위를 걸어 이촌마을로 향한다. 댐 건너 오른쪽에 공사가 한창이다.
기후대응 도시숲 ‘천년의 숲’ 조성 현장이다. 8㏊에 탄소저장숲을 조성하고 있다. 은행나무 가로수 이식목 등을 활용한 테마숲, 꽃단지, 산책로, 전망대, 쉼터, 잔디광장 등이 들어선다. 올 8월 완공 계획이다. 대청호와 더불어 새 관광명소가 될 것이다. 그나저나 현재 폐쇄된 로하스캠핑장도 다시 문을 열면 좋겠다.
이촌마을 여유의 이유
울창한 나무들이 호위하는 길을 지난다. 조금씩 시야가 열리면서 이촌마을로 진입한다. 초록과 봄꽃 색깔이 환상적인 마을이다. 무엇보다 평화롭고 한적해서 좋다. 호숫가 따라 산책하고 힐링하기에 딱이다. 행정구역상 대전시 대덕구 삼정동이다. 삼정동은 강촌, 민촌, 이촌 이렇게 3개 성이 모여 살았다고 해서 생긴 지명이다. 예전엔 산전골로 불리다 ‘이곳은 세 명의 정승이 나올 명당’이라는 어느 노승의 예언에 따라 삼정골로 이름이 바뀌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입소문 나면서 카페도 여럿 생겼다. 이 마을 터줏대감 카페는 쥐코찻집이다. 대략 30년 전에 자리를 잡은 찻집이다. 몇 해 전 갔을 때 입구에 키위가 열려 인상적인 곳이다. 또 하나, 찻집에 들어서면 대전 출신 배우 조보아 씨 사진이 걸려있었는데, 알고보니 조보아 배우 할머니와 고모가 이 찻집 쥔장이었다. 이래저래 인상적인 곳이다.
30여 년 전엔 은행동에 있었다. 34년 전 여름 들렀던 그곳 모습과 소리와, 성냥갑은 지금도 기억난다. 쥐코찻집 앞 정자에서 물 한 모금 마시는데, 강한 꽃향기가 끌어당긴다. 스르르 이끌려 꽃을 찾는다.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라일락 향기 같은데, 아직 필 때가 아닌데, 하면서 꽃이름 알려주는 앱을 열어 찍어본다. 라일락 95%. 라일락 꽃향기 맡으면 잊을 수 없는 기억에 ~, 흥얼거리며 호반길 따라 강촌마을로 향한다.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호숫가 따라 한적한 숲길을 걷다 보면 오후햇살 가득한 곶을 여러 차례 만난다. 박효함 신도비 앞 지나 뭔가에 홀린 듯 궤도에서 이탈, 곶으로 간다. 바람이 지나는 언덕에 지나 아래 쪽으로 내려간다. 곶에 서서 바람과 햇살을 즐긴다. 석양을 준비하는 늦은 오후의 햇빛이 윤슬을 만든다. 유유자적 환경감시선마저 초록빛 사이로 풍경이 된다. 강촌마을 지나며 오늘 여정 날머리 단계로 스며든다. 여흥민씨 집의공파 종갓집(민평기 가옥)을 앞에 두고 왼쪽은 대청호오백리길 1구간 진행 방향이고, 오른쪽은 버스 왔던 금강변 방향이다. 바로 앞 삼정동.근장골길 정류장도 있지만, 금강변 삼정취수장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타슈가 있다면 타슈를 탔을텐데, 없다. 버스 도착시간이 아직 여유가 있어서 금강변 로하스해피로드를 걷는다. 보조댐 앞 강물 위에 석양빛이 가득하다. 대청댐으로 향하는 72번 버스가 가고 있다. 대청댐에서 6시 20분 출발 차 되시겠다. 금강로하스타워 정류장에서 승차, 신탄진 방향으로 간다. 오늘도 완벽한 소풍이었다.
차철호 기자 ich@kakao.com

대전 초록버스 여행
EP1. 노루벌길엔 ○○이 있다 (with 25번)
EP2. 두메마을과 찬샘마을 (with 71번)
EP3. 대전별서에서 하룻밤 (with 52번)
EP4. 원정동 두계천길 걷기 (with 23번)
EP5. 대청호 추동 가는 이유 (with 60번)
EP6. 산디마을에서 계족산 (with 74번)
EP7. 대청호, 벚꽃의 기억 (with 63번)
EP8. 방동 윤슬거리의 멋 (with 41번)
EP9. 대청호반 비밀의 숲 (with 72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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