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동 윤슬거리의 멋 (with 41번)

BTS 노래가 나오자 아이들이 춤을 췄다. 뉴진스 노래엔 엄마들도 들썩들썩했다. 다들 휴대폰으로 열심히 촬영하고 있다. 별빛과 달빛이 숨쉬는 호수의 밤하늘, 빛을 입은 분수가 그 위에서 춤을 춘다. 마법에 걸린 듯 빛멍·물멍에 빠진다. 빛멍은 음악이 흐를수록 깊어진다. 음악은 빛분수를 더욱 춤추게 한다. 대전 유성구 방동 윤슬거리 풍경이다.  꽃다울 방(芳) 자를 쓰는 방동으로 간다. 초록버스 41번을 타고 간다. ① 종점 국립대전숲체원에서 내린다. ② 성북동산성 방향으로 산행을 한다. ③ 성북동 마을로 내려온다. ④ 방동 윤슬거리로 간다.

   대전 초록버스 여행   
EP1. 노루벌길엔 ○○이 있다 (with 25번)
EP2. 두메마을과 찬샘마을 (with 71번)
EP3. 대전별서에서 하룻밤 (with 52번)
EP4. 원정동 두계천길 걷기 (with 23번)
EP5. 대청호 추동 가는 이유 (with 60번)
EP6. 산디마을에서 계족산 (with 74번)
EP7. 대청호, 벚꽃의 기억 (with 63번)
EP8. 방동 윤슬거리의 멋 (with 41번)

41번은 서남부터미널과 국립대전숲체원(유성구 성북동)을 오가는 버스다. 서남부터미널에서 30분, 가수원에서 15분이면 방동 윤슬거리(방동새운네 정류장)에 닿는다. 종점인 국립대전숲체원은 서남부터미널에서 45분, 가수원에서 30분 거리다. 1시간 10분마다 한 대씩 있다. 날씨 좋은 봄날 41번을 탄다. 산책 같은 산행, 성북동 마을 마실, 방동 윤슬거리 산책과 음악분수를 즐길 계획이다.

#1. 休~ 국립대전숲체원

수통골 산행 때 봤을 것이다. 금수봉에서 빈계산 방향으로 갈 때 성북동삼거리 내려서기 전 오른쪽 아래 숲에 둘러싸인 주황색 건물 몇 동이 보인다. 국립대전숲체원이다. ‘숲을 체험하는 넘버원 시설’이란 의미의 숲·체·원. 국민공모로 선정된 이름이다. 대전숲체원은 도심권 유일한 생태 1급지 청정 숲체원이다. 숲체험 및 다양한 산림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숙박도 가능해 인기가 높다. 산림청 산하기관인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이 운영하고 있다.

버스에서 내려 요모조모 구경한다. 입구에서 오른쪽 길을 따라가면 산 능선(빈계산 ↔ 성북동산성/산장산)과 이어지는 길이 바로 나온다. 오늘은 능선으로 바로 올라가지 않고 숲체원 구경 먼저. 비주얼이 다정하다. 포근하고 편안하다. 동화 속 공간 같기도 하다. 유아·어린이 숲교육 전문 산림복지시설이기 때문일까, 아이들이 많이 좋아할 시설물이 여기저기 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무장애 덱길과 엘리베이터다. 누구나 쉽게 숲길을 걸을 수 있도록 조성된 무장애 길(덱 로드)은 엘리베이터로 올라가 다리를 지나 바로 숲길로 연결된다. 엘리베이터로 숲에 진입하는 전국 최초의 공간이다. 

채움관(식당·세미나실 등)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덱 로드를 걷는다. 공중을 걷는다. 새소리와 봄향기가 심신을 기분좋게 한다. 머물고픈 공간, 발걸음이 서성인다. 다음엔 숙박 예약을 해야겠다. 오감을 자극하는 숲의 새벽 맛을 보고싶다. 느릿느릿 숲체원 한 바퀴 돈 뒤 골짜기숲길을 걷는다. 임도와 만나 걷는다. 곧 빈계산 ↔ 성북동산성/산장산 능선을 만난다. 국가숲길 대전둘레산길 10구간이다.

#2. 아름다움과 안타까움

이 능선의 매력 포인트는 대전 서남부 조망이다. 숲체원 산책로와 맞닿은 숲길과 능선을 걷다보면 산벚꽃과 진달래, 철쭉이 하이파이브 손을 내민다. 동쪽 대전 서남부  조망도 서서히 본색을 드러낸다. 임도에서 올라선 지 5분 남짓, 왼쪽 서남부 조망이 열리기 시작하고 바로 봉덕사 조망터에 도달한다. 

높지 않지만(해발 300m 안팎) 조망이 훌륭하다. 코앞의 서남부지역을 비롯해 대전의 도심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 뷰도 충분히 감탄사를 만들지만, 조금만 더 가보자. 확 트인 아이맥스 뷰를 감상할 바위 조망터가 나온다. 바위 위에 서면 시각의 쾌감을 넘어 행복감마저 든다.

제법 먼 거리의 건물도 눈에 들어온다. 갑천변의 백화점 옆 키 큰 호텔은 물론 대전역 쌍둥이빌딩도 보이고 신탄진의 고층 아파트도 보인다.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산장산 옆으로 구봉산이 수묵화 같은 위용을 뽐낸다. 

그 옆으로 그 뒤로 산 그리메가 이어져있다. 산장산 뒤편으론 방동저수지가 눈에 들어오고 그 뒤론 저 멀리 대둔산이 우직하게 서 있다. 구봉산 줄기를 앞쪽으로 이어가면 보문산과 식장산으로 이어지고, 그 줄기는 계족산으로 뻗고 있다. 그렇다. 이곳에 서면 대전둘레산길의 구간구간이 눈에 짚인다.

서남부 이곳도 상전벽해를 앞두고 있다. 나노·반도체 국가산단과 서남부스포츠타운이 들어설 채비를 하고 있다. 성심당 밀밭도 이 근처라 했던가. 

여지없이 아파트 공사는 이어지고 있다. 산 깎아서 만든 아파트들은 참, 마음이 아프다. 안타깝다.  

더 머물고 싶은 마음 뒤로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10분 정도 발걸음을 옮기면 범상치 않은 바위가 마중 나온다.  ‘범바위’다. 산 아래 마을에서 보면 호랑이가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라고 한다. 호랑이 바위가 마을을 지켜보면서 마을의 안녕을 지켜준다. 5분 정도 더 가면 범바위보다 더 큰 바위가 나온다. ‘용바위’ 되시겠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엔 산장산 용바위에서 계룡이 나왔다고 쓰여 있는데 이 바위 역시 산 아래서 바라보면 70m가 넘는 웅장한 바위가 마치 용이 자세를 잡고 있는 모양새라고 한다. 

용바위에서 내리막을 타면 금세 성북동과 대정동을 잇는 임도가 나온다. 성북동산성 표지판과 이정표도 만난다. 대여섯 번 왔던 곳인데 산성의 흔적은 못 찾았다. 올 때마다 이리저리 오르락내리락 했지만 못 찾았다. 산성 흔적 대신 커다란 벚나무 군락 흐드러진 벚꽃에 취해 한참 벤치에 앉아 있는다. 다시 임도로 내려가 성북동 마을로 길을 잡는다.     

 #3. 성북동의 느티나무들

숲체원 출발 3.5㎞를 지나고 있다. 고즈넉한 임도를 따라 내려간다. 초록초록 나무와 봄꽃의 색상이 눈부시다.  햇살까지 거들어서 걸음을 가볍게 한다. 금세 마을이 나오고 멀리서도 눈에 띄는 느티나무가 보인다. 200년이 넘은 성북동 느티나무 보호수. 그런데 한 그루가 아니다. 노거수들이 길가에 여기저기 서 있다. 처음 보는 풍경이다. 외형도 카리스마 넘친다. 키가 20m도 넘는다. 잣뒤마을 또는 잣디마을이라고 부르는 성북동의 상징과도 같다. ‘잣뒤’의 잣은 성(城)을, 뒤는 북(北)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계족산 산디마을의 ‘산디(산뒤)’도 산의 뒤가 아닌 계족산의 북쪽이란 의미일 수 있겠다.)

길가에 느티나무를 많이 심은 이유는 뭘까. 안여종 ㈔대전문화유산울림 대표의 의견을 인용한다.

이 길은 성재를 넘어 진잠으로 다니던 옛길이다. 그래서 신도안 가는 옛길이라고 부를 수 있다. 잣디마을 사람들은 아마도 마을 바로 앞길에서 많은 사람이 지나며 마을을 자꾸 두리번거리고 쳐다보는 것이 못내 불편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마을이 정면으로 보이지 않도록 10여 그루의 느티나무를 심지 않았나 싶다. 풍치의 목적과 또 다른 풍수의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처음에는 더 많은 나무를 심은 것으로 보인다. (안여종, 노거수이야기)

느티나무 감상을 마치니 버스정류장이 보인다. 41번 버스가 서는 성북2통둥구나무 정류장이다. 이제 여기서부터 찻길을 따라 방동 윤슬거리로 간다. 목가적인 농촌마을 풍경을 즐기며 덱길까지 1㎞ 정도 걷는다. 성북천 안쪽으로 누리길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드디어 윤슬거리 덱길이 보인다.

#4. 꽃다울 방(芳), 방동

윤슬거리의 덱길은 방동 마을공동주차장이 시작이다. 조금만 더 걸으면 윤슬거리의 시작이다. 버드나무 관찰원이 먼저 맞이한다. 성북천과 방동저수지가 만나는 곳에 위치한 버드나무 관찰원은 맹그로브 숲처럼 버드나무 뿌리가 물 밖으로 드러나는 야생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별 포토존, 전망데크, 링 그네, 나루터, 무지개의자, 하늘문 기찻길, 수국벤치 포토존, 네트산책로, 대형의자 포토존, 숲속의 집 등 포토존이 이어진다. 덱길의 끝에 있는 링 그네를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낮에도, 해 질 녘에도, 밤에도 아주 멋진 곳이다.

링 그네에 앉아 오후 6시 타임 음악분수를 멀리서 감상한다. 음악분수는 4~10월 운영한다. 월요일은 쉬고 평일(화수목)은 16시, 20시 공연이다. 주말(금토일)은 네 번, 14시·16시·18시·20시 공연이다. 낮 공연도 근사하지만 클라이맥스는 20시 공연이다. 

주변 식당에서 저녁밥과 차 한 잔 즐기고 느긋하게 8시 음악분수 공연을 기다린다. 수변 산책로를 걷는다. 어둠이 찾은 산책로엔 가족·연인들의 웃음꽃이 만발한다. 공연시간이 가까워오자 관람광장으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드디어 공연 시작, 유성구 마스코트 유성이의 멘트로 공연은 시작한다.

빛, 소리, 감탄사로 점점 고조되는 공연은 걸그룹 노래가 나오자 절정으로 치닫는다. 뉴진스 노래가 나온다. 아이들이 신났다. 빛의 분수가 춤을 춘다. 아이들도 춤을 춘다. BTS 노래가 나오자 엄마들도 들썩들썩. 빛의 마법에 여기저기 함성이 터진다.  

공연이 끝났다. 이번엔 아쉬움의 탄성. 사람들은 흩어져서 여운을 즐긴다. 방동저수지에 환한 달빛이 드리운다. 윤슬은 햇빛이나 달빛에 비쳐 반짝이는 잔물결을 말한다. 방동은 꽃다울 방(芳) 자를 쓴다. ‘꽃으로 감싸진 마을’을 의미한다. 지형이 꽃을 형상화한 데서 유래한 지명이다.

글·사진=차철호 기자 ich@kakao.com

금수봉에서 빈계산 방향으로 갈 때 성북동삼거리 내려서기 전 오른쪽 아래 숲에 둘러싸인 주황색 건물 몇 동이 보인다. 국립대전숲체원이다.
금수봉에서 빈계산 방향으로 갈 때 성북동삼거리 내려서기 전 오른쪽 아래 숲에 둘러싸인 주황색 건물 몇 동이 보인다. 국립대전숲체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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