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화목해진 동네, 비결은 도랑




태안 원북면 양산1리는 바다에서 4㎞ 이내에 떨어진 곳에 있다. 이 마을의 도랑은 풍천천을 통해 곧바로 서해로 유입된다.
오랜 세월 별다른 관리를 하지 않은 마을 도랑은 수풀이 우거지고 잡목이 무성해 접근 자체가 어려워졌고, 이로 인해 관리는 더욱 취약해졌다.
마을 주민들은 도랑을 복원시켜 과거 자신들이 어려서 놀던 때의 맑은 물을 다시 찾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충남도에 도랑살리기 사업 신청을 했다.
태안군을 경유해 충남도에 접수된 이 마을의 도랑살리기 신청서가 최종 관문을 통과함에 따라 2014년 사업 대상으로 확정됐다.
도비와 군비 각 1500만 원씩 모두 3000만 원의 사업비가 마을에 전달됐다.
주민들은 차근차근 일을 풀어나갔다.
가장 먼저 전문 조경업체와 장비를 동원해 묵은 퇴적토 20㎥를 준설해냈다.
그리고는 도랑 주변에 70톤의 조경석을 쌓아 수로를 정비했다. 경사면에 꽃잔디 650주를 심는 등 주변 경관을 개선하는 사업을 벌였다.
물론 수시로 주민들이 현장에 나와 도랑 주변을 정비하는 공동작업을 벌였다.
마을 주민들의 참여는 아주 적극적이었다.
정화활동을 통해 깨끗해지는 도랑 환경을 목격한 주민들은 스스로 환경교육에 참가했고 논산까지 선진지 견학도 다녀왔다.
사업이 끝날 무렵 전문가 초청 강의와 더불어 주민 간담회를 가지며 향후 도랑 관리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마을을 관통하는 100m의 도랑 주변은 공원이 됐다.
주민들로서는 서울 청계천이 안 부러운 마을공동체의 휴게공간이 생긴 것이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수풀이 우거져 진입하기조차 어려웠던 마을의 도랑이 말끔한 모습으로 재탄생했고, 오염토를 걷어내니 물도 맑아졌다.
주민들은 마을 도랑 한 곳을 치웠을 뿐인데 마을 자체가 이렇게 변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물이 맑아지니 마음이 맑아지고 동네가 화목해졌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달았다.
이제는 더 이상 과거처럼 방치된 도랑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다짐을 앞세우기도 했다.
도랑살리기 운동 시행 이후 주민들은 “마을이 너무 좋아졌다”고 말하곤 한다.
이 마을 도랑지킴이 조한정 이장은 “큰돈을 들이지 않고 주민들이 힘을 합해 주변정리를 했을 뿐인데 이렇게 맑은 물이 돌아오고 들어가서 발 담그고 싶은 도랑이 됐다”며 “충분한 환경 교육을 받고 주민들의 의식이 많이 변한 만큼 깨끗한 모습으로 복원된 마을 도랑을 잘 지켜 내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도운 기자 8205@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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